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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가깝고 조용해서 더 좋았다, 후쿠오카에서 떠난 사가 온천 여행

요즘엔 계속 유튜브만 만들다가 오랜만에 좋은 이벤트가 있어 블로그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여러번 사가를 다녀 왔었는데 이번은 정말 역대급이였습니다. 사가에 반해버렸어요. 사가는 정말 맛있습니다. 조용합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퀄리티가 참 높습니다. 작년에 유후인 벳푸만 5번 이상 다녀 왔는데 이제 개인적으로는 못갈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사가로 갑니다.

 

좋았던 호텔이 몇 개 떠올랐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공기가 정돈돼 있던 곳. 물이 부드러워서 괜히 오래 앉아 있게 되던 온천. 한입 먹고 “아, 이 지역은 먹을 게 있네”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던 식사들. 그런 기억이 쌓이면 이상하게 욕심이 생긴다. 다음은 조금 더 조용한 쪽으로. 다음은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그래서 사가로 갔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1시간이면 닿는 거리다. 가까운데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고 그 느린 템포가 여행의 핵심이 된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니시테츠 버스를 탔다. 사가버스센터에 내렸다. 낯선 도시에서 제일 먼저 찾는 건 지도보다 사람이라, 바로 SAGA MADO로 갔다. 사가역 앞에 붙어 있는 인포메이션 허브다. 여행 상담도 해주고, 와이파이도 되고, 충전도 되고, 짐도 맡길 수 있다. 짐 보관은 9시부터 17시까지, 1개 1,000엔이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친절했다. 가까운 맛집도 알려주고, 오늘 같은 “짧은 시간에 많이 하고 싶은 날”에는 동선을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티켓을 샀다. ぶらり佐賀!銘菓めぐりの旅. 500엔짜리 쿠폰이다. 사가 시내 중앙대로(심볼 로드) 라인에 있는 노포 명과 4곳을 돌며 디저트를 받는 구성이다. 그리고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판매 당일만 유효다. 그래서 오늘은 무조건 “오늘 안에 다 끝내는 날”이 됐다.

 

 

 

배가 고파졌다. 처음부터 사가답게 시작하기로 했다. 키라(季楽)로 갔다. “사가 왔으니 사가규 먹고 보자”는 마음이었다. 이게 대충 시작한 것 같지만, 막상 앉으니 공간이 꽤 단정했다. 테이블 간격이 넓고, 좌석이 여유 있었다. 점심 가격도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는 점이 좋았다.
내가 고른 건 사가규 야키샤브(赤身焼しゃぶ)였다. 얇게 썬 고기가 나오자마자, 색이 예뻤다. 내가 직접 철판에 굽는 방식이었다. 굽기 조절이 된다. 이게 별거 아닌데 만족도가 올라간다. 고기 기름이 철판에 남고, 그 기름으로 야채를 굽는다. 고기, 야채, 밥을 번갈아 먹는다. 폰즈와 약미로 마무리를 가볍게 만든다. “헤비한 사가규”가 아니라 “깔끔한 사가규”로 들어오는 한 끼였다. 마지막에 커피와 디저트까지 나오니 식사가 하나의 코스처럼 끝났다.

 


밥을 먹었으니 걸었다. 바룬 뮤지엄으로 갔다. 사가가 ‘열기구’로 유명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눈으로 보고 나니 도시가 좀 다르게 보였다. 여행이라는 건 이런 순간에 방향이 생긴다. “아, 여긴 이런 도시였지.” 하고.

 


이제 디저트 동선을 밟았다. 쿠폰을 손에 쥐고, 중앙대로를 따라 움직였다. 하나 받았다. 또 하나 받았다. “500엔으로 이 정도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 곳은 못 먹었다. 야토즈카 덴키치(八頭司伝吉本舗)의 양갱은 이번엔 패스했다. 그래서 맛평은 못 한다. 못 먹은 건 못 먹은 거다. 대신 다른 명과들은 기억에 남았다.


무라오카야(村岡屋)의 사가센은 식감이 복합적이었다. 촉촉하게 들어오다가, 결이 달라지며 끝난다.
무라오카 소혼포(村岡総本舗)의 도라야키(とら焼宗歓)는 폭신한 생지와 흰앙금의 조합이 좋았다.
키타지마(北島)의 쿠키는 사각하고도 부드러웠다. 옛날 과자 같은데, 묘하게 계속 손이 간다.
짧은 산책이 “사가 시내를 이해하는 코스”로 바뀌었다. 디저트는 그냥 달기만 한 게 아니라, 동선을 만들어주는 도구였다.

 


저녁은 장을 보기로 했다. 역 근처 A코프(Aコープ 街かど畑)에 갔다. 지역 장터 같은 느낌이 있었다. 채소, 과일, 고기, 해산물, 반찬까지 전부 한 번에 본다. “관광객용 쇼핑”이 아니라 “현지 식탁”에 가까웠다. 안내소 직원이 스시를 추천했는데, 그 말이 이해됐다. 그래서 스시를 샀다. 귤도 샀다. 오늘 밤은 이걸로 충분했다.

 


열차를 탔다. 다케오 온천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숙박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도착해서 다케오 온천 센트럴 호텔에 체크인했다. 역에서 가까운 게 제일 편하다. 실제로 이 호텔은 JR 다케오온센역에서 도보 1분을 내세우는 곳이다.

 


방 컨디션은 “새것”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동선이 단순했고, 먼지나 냄새 같은 스트레스가 없었다. 침대에 앉았을 때 스프링이 과하게 꺼지지 않고 단단하게 받쳐주는 느낌이 있었다. 책상과 콘센트 위치가 실용적이라, 짐 풀고 충전하고 씻는 흐름이 막히지 않았다. 이런 게 결국 ‘편안함’이 된다.

온천을 했다. 호텔에 대욕장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밤에는 방으로 돌아와 A코프에서 산 스시를 먹었다. 온천을 하고, 스시를 먹었다. 도시락 같은 저녁인데도 만족했다. 사가는 이런 식으로 여행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아침. 이 호텔은 무료 조식 서비스를 강조한다.
나는 이런 조식에서 큰 기대를 안 하는 편인데, 여기서는 “가볍게 시작하기에 충분”했다. 따뜻한 메뉴가 있고, 커피가 있고, 아침에 급하게 나갈 필요가 없는 구성. 비싸지 않은 숙소에서 이런 기본이 잘 갖춰져 있으면 여행이 안정된다.


다음 날 점심은 교자 카이칸(餃子会館)에 갔다. 교자도 맛있다. 그런데 라멘이 더 놀라웠다. 돼지뼈 국물이 뽀얗고, 냄새가 세지 않다. 마시기 편한데, 맛은 남는다. 이런 라멘은 “또 생각나는 라멘”이 된다. 교자는 겉이 고소하고, 속은 채소가 많아 가볍다. 마늘향이 강하지 않아 부담이 덜했다. 우롱차가 한잔에 100엔 두잔에 100엔 인 것도, 이상하게 그 분위기와 어울렸다.

 


이번에는 숙소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곳으로 이동했다. 사적 료칸 카게츠 다이쇼칸(花月 大正館). 다케오 온천에서 “한 단계 위로”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이 료칸은 객실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었다.

 


방은 2층 구조였다. 1층은 쉬는 공간과 노천(또는 반노천) 온천이 붙어 있고, 2층은 침실로 분리된다. 침대는 시몬스 트윈(140cm×200cm) 2대 구성으로 안내된다. 
어메니티는 과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손에 잡히는 질감이 좋았고, 드라이어와 기본 스킨케어가 준비돼 있어 “그냥 몸만 오면 된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숙소는 짐이 줄어든다. 

 


온천을 했다. 약알칼리성 단순 온천 특유의 부드러운 촉감이 남는다. 시간 제한 없이, 내 리듬대로 들어갔다 나왔다.
라운지에 앉았다. 음악이 깔리고, 사람 목소리가 크지 않다. 족욕 카페는 온도가 미지근해서 부담이 없다. 체크인 직후에 한 번, 식사 후에 한 번. 딱 그 정도가 좋았다.


저녁을 먹었다. 한 접시씩 나온다. 일본식인데 프렌치가 섞여 있다. 돌돔 사시미는 식감이 살아 있고, 폰즈와 파, 레몬와사비로 맛을 바꾸며 먹는다. 중간에 나오는 조림은 국물이 깊다. 마지막에 사가규가 나온다. 고기가 달고 부드럽다. 디저트는 마무리로 깔끔하게 구성돼 있다.

 

아침을 먹었다. 두부를 끓여 먹고, 밥을 먹고, 국을 마신다. 밥이 맛있으면 아침이 쉬워진다.

 


체크아웃했다. 다시 사가역으로 갔다. 이번에는 후루유 온천으로 이동했다. 조용한 계곡 쪽 공기가 바뀐다. 후루유 온천의 핵심은 “느린 온도”와 “히나비타(한적한) 분위기”다. 그래서 료칸이 잘 맞는다.

 


후루유에서는 료칸 카쿠레이센(鶴霊泉, かくれいせん)을 방문했다. 
이곳은 온천 자체에 이야기가 있다. ‘학(鶴)의 은혜 갚음’ 전설로도 소개되는 곳이고, 천연 ‘砂湯(모래탕)’ 같은 독특한 포인트가 있다.
체감은 조금 미지근한 편이다. 특히 모래탕은 따뜻함을 기대하면 오히려 서늘하게 느낄 수 있다. 대신 물의 촉감이 좋다. 피부가 매끈해진다. 객실은 정원과 강, 산이 보이는 구성이 매력이고, 히노키 욕조가 인상적이었다는 게 내 기억이다. 밤 12시~아침 6시 사이에는 온천 공급이 멈출 수 있어, 목욕은 일찍 끝내는 게 편하다(현장 안내 기준).

 

 

식사는 과하지 않게 정갈했다. 나는 사쿠라 포크 샤브 코스가 특히 좋았다. 포크의 단맛이 국물에 녹고, 그 국물로 마지막에 죽을 만든다. 이게 조용히 강하다. 

 

 

아침도 밥이 윤기 나고, 반찬이 많아 자연스럽게 많이 먹게 된다.


체크아웃하고 점심은 이나카야(田舎や)로 갔다. 가와라소바를 먹었다. 큰 기와 위에 차소바가 올라오고, 일부는 바삭하게 눌려 있다. 레몬과 모미지오로시가 포인트다. 단순한데 계속 들어간다. 이 동네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가 있다.

 


후루유 온천 거리에서 디저트도 하나 더 챙겼다. 칸센도 카메야(甘泉堂 亀屋). 좁은 골목에 숨어 있는데, 설명이 과하게 친절하다. 그래서 신뢰가 생긴다. ‘후루윤 롤’은 크림이 가볍고, 롤이 의외로 깊다. 슈크림은 150엔인데 클래식하게 맛있다. 푸딩은 달지 않고 계란 맛이 선명하다. “산속 온천마을 디저트가 이 정도?”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괜히 내 비밀 가게가 된 기분이었다.


다시 사가역으로 돌아왔다. 오하시 우나기(大橋うなぎ屋)를 먹었다. 이 집은 오래된 곳이고, 가격이 의외로 착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나는 우마키도 먹고, 세이로무시도 먹고, 우나동도 떠올렸다. 달달한 타레가 밥 아래까지 스며든다. 산초를 추가하면 밸런스가 맞는다. 장어는 폭신한 타입이라기보다, 구운 향이 살아 있는 쪽이다. “향으로 먹는 장어”라는 말이 어울린다.

 


마지막은 욕심을 부렸다. 佐賀の湯処 こもれび(코모레비)로 갔다. 여긴 “조금 호화로운 하루를 보내는 당일치기 온천” 컨셉이 분명하다. 그리고 시스템이 깔끔하다. 입장료는 980엔, 주말은 1300엔. 온천대욕탕이 사용가능하다.
가족탕(카시키리)은 평일 60분 2,000엔부터, 주말은 2,600엔부터다. 

 

내가 좋았던 건 물이다. 탄산수소염천 특유의 미끌미끌한 촉감이 있다. “비누 같은 물”이라는 표현이 이해된다.
가족탕은 관리가 잘 돼 있고, 쉬는 공간이 넓다. 전화 예약이 가능하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편하다.

여기서 인생맛집을 찾았다. 레스토랑도 아닌 온천 후 식당에서 먹은 사가규 햄버거 스테이크(170g) + 사가규 로스 스테이크(150g) 콤보. 철판에 지글지글 소리 내며 나온다. 햄버거는 폭신하고 부드럽다. 스테이크는 만족스럽게 씹힌다. 밥이랑 먹으면 끝이다. “온천 식당 퀄리티”가 아니라, 그냥 레스토랑이다.


마지막으로 라라라라멘을 한 그릇 더 했다. 오늘은 진짜 끝내는 날이니까. 그리고 사가역 버스터미널로 갔다. 니시테츠 버스를 타고 후쿠오카로 돌아왔다.

사가 여행은 이렇게 흘렀다.
크게 무리하지 않았는데, 많이 했다.
돈을 과하게 쓰지 않았는데, 좋은 걸 많이 만났다.
가까워서 가능한 여행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다시 사가를 가고 싶어진다.

마지막으로, 이 코스에서 내가 느낀 “사가를 쉽게 만드는 방법”을 짧게 남긴다.


1. 사가 도착하면 SAGA MADO부터 들리자. 동선이 정리된다. 짐도 맡길 수 있다.
2. 오카시메구리(銘菓めぐり) 티켓은 ‘당일만’이라, 오전에 사두는 게 편하다.
3. 저녁은 A코프가 강했다. 스시는 특히 만족도가 높았다.
4. 다케오는 “가성비 숙박+온천”으로 리듬을 잡고, 다음을 준비하기 좋았다.
5. 코모레비는 가족탕+식사로 하루를 완성하기 좋다. 요금과 운영 시간이 명확해 계획이 쉬웠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1시간.
그 1시간이, 생각보다 멀리 데려갔다.
참 좋다. 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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